서핑,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

서핑,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
22/07/2017 WSB FARM SURF MAGAZINE

서핑,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

서핑을 접하고 2년 정도 열심히 타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아, 이번 생애는 여기까지구나.” 더이상 늘지 않는 실력은 서퍼들을 더욱 슬럼프로 잡아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타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수많은 주말을 바닷가 근처에서 서성이지만 점차 서핑에 대한 흥미마저도 잃게 된다. 이 글은 서핑의 테크닉에 관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했다. 서퍼들이 슬럼프에서 벗어나 서핑에 대한 흥미를 되찾고 바다를 더 자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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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파도를 보는 매직아이

 

서퍼에게 파도란 서핑을 타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파도를 더 잘 보고 빨리 예측할 수 있는 서퍼가 양질의 파도를 골라 탈 수 있다. 바다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큐싸인을 보내며 다양한 파도를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를 섬세한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내 생각대로 조절할 수 있는 체성신경계가 있다. 이 신경계가 지배하는 우리 몸의 구조들은 스스로 감독이 돼서 큐 사인을 보내야 비로소 움직인다. 머리를 쓸어넘기는 것, 눈동자를 굴려서 옆 사람 답안지를 보려는 노력,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있는 근사한 이성에게 윙크를 날리는 것이 그 예다. 다른 하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스스로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있다.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현상이 그 예다. 시각은 체성신경계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볼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며 마법처럼 파도를 볼 수 있는 매직아이를 연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음 상황을 상상하면서 읽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가서 차를 타고 도심을 지나가는 상상을 해보자.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아 가겠어라고 생각할 때 이런 방법으로 보게 된다. 혹은 교실 뒤에서 칠판을 바라볼 때, 길을 가다가 간판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볼 때도 이렇게 보게 된다. 이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볼 때 쓰이는 원추세포(Cone)가 활성화된다. 원추세포는 사람의 안구 안쪽에 위치한 망막에 두 가지 시각세포 중 하나다. 초점을 맞추고 상이 맺히는 황반의 중심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또렷하고 자세히 볼 때 쓰인다. 그때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자세히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넓은 바다에서는 파도를 보려고 집중해서 노력할수록 더 볼 수 없다.


다른 방법으로 볼 수 있는 법이 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갑자기 옛 애인이 생각나서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다 보면 추억 속으로 빠진다. 이럴 땐 움직이는 사물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 않고 우리에게 보여지는 큰 이미지 하나를 바라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간상세포(Rod)가 활성화된다. 간상세포는 원추세포와 반대로 전체적인 큰 그림이 변화하는 걸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최대한 눈의 전체를 다 이용해서 그냥 바라보자. 내가 보는 이미지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영화극장에 앉아 있는 것처럼 그냥 바라보자. ‘관망하다.’ 라는 말과 가장 느낌이 흡사하다. 그러면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이 시세포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이 두 번째 방법이 여러분들이 연습해야 할 몸 사용법이다.


나는 0.2 (-2.25) 정도 되는 시력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사물을 정확하게 봐야 하는 상황이 많은 도시에서는 안경이나 렌즈를 항상 끼고 다닌다. 벗고 다니면 도저히 혼란스러워서 힘들다. 이번 역이 어디인지도 확인해야 하고 운전할 때 이정표도 정확히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렌즈를 끼지 않고 바다에 들어가면 내 눈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렌즈를 끼면 더 잘 보이지만, 꼭 끼지 않아도 파도를 살피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서 더는 끼지 않는다. 파도의 형태를 보는 것이지 물방울 하나하나 자세히 보지 않는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넋 놓고 멍 때리는 거다.


이 느낌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지금 당장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93년 대전 엑스포 시절에 유행했던 매직아이를 기억하는가? 처음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투정부리던 친구들도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환한 미소로 책받침을 보고 좋아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눈에 힘을 풀고 매직아이를 보기 위한 준비처럼 전체를 봐야 내 뇌에 전달되는 이미지를 그대로 관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바다라는 캔버스를 보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파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마법처럼 파도가 보이기 시작하면 웃으면서 더 좋은 에너지를 주위 사람들과 나눴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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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나만의 포지션 (위치선정) 기준을 만들어라.


서핑코치로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어디에서 무슨 파도를 잡아야되나요?” 이다. 하지만 파도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판단에 의해 위치를 결정하기보다 더 쉬운방법을 택한다. 나보다 잘탄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고 따라간다. 즉 나만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시합을 지배한다.’ 라는 명언이 있다. 농구 초보 강백호는 채치수의 명언을 듣고 링 아래에서 정확한 포지션을 잡는 연습을 통해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선수로 거듭난다. 서핑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포지션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익숙한 거의 모든 스포츠와는 다르게 서핑은 공간이 제한적이지 않다. 스스로 바다를 살피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서핑에서 포지션을 정하는 일은 거의 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아주 훌륭한 서퍼도 말도 안 되는 엄한 곳에 가 있으면 파도조차 만날 수가 없다. 반대로 처음 서프보드에 엎드려 있다가 얻어걸려서 파도를 타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게 다 포지션이다. 그럼 내 위치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첫 번째 알아야 하는 것은 파도가 있는 곳으로 가야 파도를 탄다.(님을 봐야 뽕을 딴다.) 해변에서 입수하기 전에 어디에서 파도가 부서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탈수 있는 파도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쪽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내가 탈 파도를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는 나의 기준점을 만드는 것이다. (신발을 벗어 놓은 곳을 기억한다.) 지도를 보고 내 위치를 짐작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정확히 알수록 좋다. 그렇기 때문에 떠 있는 물에서 내 위치를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 우선 내가 어디로 들어왔는지를 알아야한다. 그리고 내가 걸어 들어온 곳에 눈에 잘 띄는 건물, 나무나 전봇대가 있다면 확인하고 기억해 두자. 명확할수록 좋다. 일단 바다에 나가면 내 머리 위쪽으로 상상의 드론을 날려보자. 그럼 내 머릿속에 네이버 지도나 구급맵처럼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위성뷰를 상상할 수 있다. 작년에 초보자 코칭을 하면서 들어간 곳을 정확히 기억하라고 했더니, 그 남자분이 “내 슬리퍼 어디에 벗어 놨는지 기억하면 되겠네요””라고 하는데 표현이 너무 적절해서 한 방 먹은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아주 소중한 명언이 되었다.


자 이제 내 슬리퍼 위치를 나의 상상의 지도에 별표로 표시해두자. 바다에는 항상 조류라는 물의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에 라인업에 도달했을 때는 내 슬리퍼 위치에서 떨어졌을것이다. 하지만 땅은 움직이지 않고 온전히 기다리고 있다. 조류가 센 날 앞만 보고 패들링하고 나왔더니 여긴어디 나는 누구? 하는 상황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제는 당황하지 말고 내 신발 어디에 벗어놨는지 살펴보자. 기준점을 만드는 습관은 본인의 안전을 지킬 수 방법이면서 포지션을 잡기 위해 필수적이다.


세 번째는 나의 위치 가늠하기이다. (선과 선이 만나야 점을 이룬다.) 나의 신발 벗어놓은 위치는 알았으니 이제 얼마나 먼 바다까지 나왔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기준점을 만들 차례이다. 좁은 항에 있는 포인트에서는 주로 방파제가 있는데 내가 방파제의 1/2 정도 나와 있다. 2/3 정도 나와 있다라고 가늠할 수 있다. 뻥 뚫려 있는 서핑 포인트에서는 시선을 더욱 멀리 바라보면서 얼마나 멀리 나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또 다른방법은 조금 후에 설명할 인사이드에서 깨지는 파도 위치에서 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소제목처럼 선 (신발 위치)과 선 (방파제 위치)을 알아야 비로소 완벽한 나의 위치를 인지할 수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에서 자주 나의 위치를 업데이트할수록 좋다.


네 번째는 세트만 기다리다 보면 인사이드를 놓친다. 위치를 스스로 잡지 못하는 서퍼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세트가 오는 걸 확인한다. 혹은 사람들이 패들아웃하는걸 발견하고 패들링을 시작한다. 열심히 패들링을 해서 파도를 넘어간다. 다음 세트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파도를 탔다면 다시 세트가 깨지는 라인업까지 나가서 기다린다. 혹은 타지 못했다면 앉아서 기다린다. 일반적인 라인업의 모습은 거의 모든 사람이 세트를 기다리면서 먼 바다 쪽을 살피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알고 있다면 파도의 선택이 폭이 훨씬 늘어난다. 세트가 깨지는 라인까지 멀리 나가면 다른세트가 오기 전까지 다른 작은 파도를 탈 수가 없다. 왜냐면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중간에 오는 파도들을 모두 다 놓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끔오는 큰 세트를 잡기 위해서 인사이드에서 깨지는 더 많은 파도를 놓치고 마는 소탐대실을 하게 된다. 이것을 놓치지 않고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는 모든 파도가 어느 위치에서 깨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있는 위치보다 바닷가 쪽에서 깨지는 파도들이 주로 어디에서 깨지는지 고개를 돌려 눈으로 확인하고 감으로 위치를 기억해야한다. 파도마다 크기, 모양, 깨지는 위치와 방향이이 다르지만 눈으로 확인하면 여지없이 파도가 깨지는 곳이 있다. 파도가 깨지는 빈도수가 잦은 곳 근처에서 어슬렁 거려야한다. 아마 그 지역은 발이 닿거나 수심이 얕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기서 깨지는 파도를 인사이드라고 한다. 인사이드에서는 세트가 아닌 보통크기의 파도도 깨지고 빈도수가 아주 높다. 나의 경험상 큰 세트보다 길이 잘 나고 넓은 캔버스를 허락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모든 파도가 다르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터무니없게 다른 생김새의 파도가 오는 경우는 드물다. 사람이 걸어간 자리에는 발자국이 남는다. 마찬가지로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흰거품이 남는다. 파도는 우리에게 어떤 모양으로 지나갔는지 계속 보여주고 있다. 살피지 않은 것은 나 자신이다. 지나간 파도는 내가 탈 수 없기 때문에 볼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그 날 그 순간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요약본이다. 고개를 돌려서 깨지는 모양을 살피면 일정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확률적으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것은 고개를 돌려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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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나의 서핑에 백미러 달기


어머님은 입이 닳도록 말씀한다. 운전하면서 차선을 바꿀 때는 백미러만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서 사각지대에 차가 없는지 뒷좌석 창을 살피고 들어가라고 나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이런 잔소리는 쌀로 밥 짓는 말처럼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니 믿어보도록 하자. 서프보드에는 아쉽게도 나의 뒤를 살필 수 있는 백미러(rear mirror)가 달려있지 않다.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지 않으면 여러사람이 피해를 본다. 이것은 백미러를 접어두고 도로에서 운전하는 꼴이다.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빨간색 신호를 무시하고 끼어들게 되면 달려오는 차와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우리가 도로에서 자유로울수 있는 이유는 신호를 주는 시스템과 룰을 지키는 사람들 덕분이다. 파도를 잡을 때도 이 룰은 똑같이 적용된다.


파도가 가장 먼저 깨지게 되는 피크에서 가장 가까운 서퍼가 파란색 신호를 받은 사람이다. 파도가 나중에 깨지는 곳에 위치한 서퍼들은 그 파도에 끼어들면 안 된다. 그것이 가장 기초적인 서퍼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다.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봐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엄마 말을 들으면 된다. 고개를 돌려서 먼저 달리고 있는 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들어가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호를 받지 않고 우회전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왼쪽을 본다. 이와 비슷한 오른쪽으로 부서지는 파도에서는 크게 문제 될게 없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주행방향이 반대인 호주, 일본, 발리를 생각해보자. 도착한 첫 날 운전을 할 때 달리는 방향 특히 어느 쪽을 보고 도로에 진입해야되는지 몰라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본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왼쪽으로 부서지는 파도에서 오른쪽을 쳐다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더욱 조심해야된다. 미처 못 보고 파도를 잡으려는 서퍼가 있다면 소리를 내서 내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한다. (Hey 보다는 Hey brother! 혹은 Hey sister! 라고 얘기하는 게 한결 부드럽다.) 혹시 제어가 안 되는 초보자가 끼어 들었다면 방어운전 하듯이 거리를 두면서 라이딩을 하자. 


서핑을 타는 모습은 우리의 삶과 아주 닮았다. 우리는 단지 몸을 움직여서 서핑을 타는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자꾸 시도해볼수록 좋아지는 법이다. 덧붙여서 우리 모두는 오감을 100프로 활용해야 나의 서핑이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은 그중에 가장 익숙한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방법(시각) 과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만일에 생길 수 있는 서프보드 추돌사고를 방지하고 우리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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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건표

illustration by 최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