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s From California _ Life, Surf, California

Letters From California _ Life, Surf, California
25/02/2016 WSB FARM SURF MAGAZINE

Letters From California _ Life, Surf, California

여행 기간 : 2016년 1월 30일 – 2월 10일

방문지 : 에르모사(Hermosa), 맨해튼(Manhattan), 롱비치(Longbeach), 산타모니카(Santamonica), 베니스(Venice), 산 클레멘테(San clemente), 라호이아(Lajolla), 산 오노프레(san onofre), 선셋 클리프(Sunset Cliff), 오션 베이 비치(Ocean bay beach), 스와미(Swami), 오션사이드(Oceanside),T스트리트(T-street), 트레슬(Trestle), 솔트 크릭(salt creek), 도니(Doheny)

나는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겨울이 오면 많은 국내 서퍼들은 따뜻한 나라로 서핑 트립을 떠난다. 인도네시아 발리로, 필리핀 발레어로, 대만 타이동으로. 한국의 겨울 바다를 지키던 서퍼들이 짧고 긴 여행을 떠날 때 나는 캘리포니아를 선택했다. 그곳으로 향하기로.

발리나 다른 포인트에 비해 캘리포니아 서핑 트립에 대한 정보는 적은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캘리포니아는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땅덩어리에, 100개 넘는 도시가 있고, 수많은(정말 많다) 서핑 포인트들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어느 포인트가 좋다고 가이드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한곳에 머물며 서핑을 하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2주 동안 캘리포니아에 있는 15개 해변을 오가며 서핑을 즐겼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내가 느낀 캘리포니아에서의 서핑 경험을 기꺼이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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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

거의 모든 해변에는 피어(Pier)가 있었다. 피어를 굳이 번역하자면 ‘부두’, ‘잔교’라 한다지만, 배가 닿지 않으니 부두라는 단어는 옳지 않고, 잔교는 어려운 말이다. 그냥 피어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 대부분의 해변에는 피어가 있었다. 그곳을 따라 걸을 때는 라인업을 향해 헤엄치는 기분이 들었다. 피어에 앉아서 바짝 선 채로 다가오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약간의 긴장감과 ‘인사이드로 나가야 한다!’는 찰나의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땅을 딛고 있는 나의 두 다리를 보며 안도했다.

사진1)_오션사이드피어<오션사이드비치의 PIER>

피어가 있으면 좋은 점.

가.  피어 입구에서 파도 상태(Wave Condition)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 이 해변의 파도가 어떤지, 밀물 썰물 시간은 언제인지 ‘서핑을 위한 정보’를 칠판에 적어 피어 앞에 걸어둔다. 앱으로 파도 상태뿐 아니라 실시간 파도 상황도 볼 수 있는 감사한 세상이지만, 친절하게 손으로 적은 칠판을 보고 있으면 “너 여기서 서핑 해도 돼”라고 반겨주는 느낌이랄까. 낯선 스폿에서 로컬에게 허락을 구한 기분이다.

나. 교감할 수 있다.

피어와 가까운 라인업에 있으면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고개를 들면 피어 위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하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물론 나를 찍은 것인지 셀카를 찍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신경은 더 쓰이지만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동안 파도를 잡고 만족스러운(별로 그런 적은 없지만) 라이딩을 해냈을 때의 기분은 남달랐다. 

문득 피어 아래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과 피어 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거리만큼이나 캘리포니아와 서핑의 거리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2)_맨하탄비치서퍼_apge2.<맨하탄비치의 피어에서 만난 숏보더>

다. 파도가 거칠어도 피어 아래로 길이 난다.

2주간 다닌 스폿 중에는 피어가 없는 곳도 있었다. 피어가 없는 대부분의 해변은 롱보드를 타기에 좋은, 천천히 길게 길이 나는 파도를 만날 수 있었고, 반면 피어가 있는 곳은 힘이 좋고 빠르게 서서 들어오는, 숏보드에게 더 좋은 파도가 있었다.(통상 그런 것인지, 내가 있는 동안에만 그런 파도가 들어온 건지는 알 수 없다.)

7피트 보드에 덕다이브가 어려운 나에게는 피어가 있는 해변 라인업에 닿기 힘들기도 했는데 피어를 만들 때 땅을 깊게 파두었는지 피어 밑으로 나아가면 라인업까지 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다만, 파도가 클 때는 양 옆 교량에 부딪치지 않을까 염려됐다.

게다가 피어 아래에서 라인업으로 향할 때 물개도 만났다. 피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사진3)_산타모니카비치 PIER_page3.<산타모니카 해변의 P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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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맨해튼 비치(Manhattan Beach), 다나 포인트(Dana Point), 오션 비치(Ocean Beach). 2주간의 트립 동안 나는 이 세 포인트에 숙소를 잡고 머물렀다.

가장 북쪽에 위치한 맨하탄 비치를 시작으로 남쪽 샌디에고 방향으로 향하며 다양한 해변을 찾았다. 북쪽에서는 맨하탄 비치와 인접한 헤르모사 비치, 베니스비치, 산타모니카 비치를 방문했는데 북쪽에 위치한 해변들은 종일 서핑을 즐기기보다는 서핑에 취할 수 있는 곳들이다. 물론 아름다운 바다와 파도가 있었지만, 근사한 비치 그릴 레스토랑(Beach Grill Restaurant), 바(Bar), 서프숍(Surfshop)도 많아 파도를 많이 타지 못하더라도, 심지어 서퍼가 아니어도 “Surfing USA”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사진4)산타모니카_page4.<산타모니카 비치>

스케이트파크를 빼놓을 수 없다. 베니스 비치를 포함한 몇몇 해변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스케이트 파크’가 있다. 이쪽 저쪽에서 점프하는 화려한 라이딩 덕분에 나는 결코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분위기에 한껏 취할 수는 있었다.

북쪽 해변에서 내려와 조용한 동네 다나 포인트(Dana Point)에 도착했을 땐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밤하늘에는 아프리카 사막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수많은 별들이 박혀 있었다. 다나 포인트에는 한국사람이 거의 없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조용한 동네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도니 비치(Doheny Beach), 산 오노프레(San Onofre), 트레슬(Trestle)에서 서핑을 했다. 몇몇 스폿은 구글 맵에 10~20분 거리라고 나오지만 그 조차도 고속도로를 타야 했다. 

다나 포인트, 그 평화로운 느낌 만큼이나 각 포인트에는 롱보드를 위한 평화로운 파도가 몰려왔다. 자로 잰듯한 파도가 천천히 다가오고 깨지지 않은 채 지나간다. 그 평화로움 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고 우리 엄마 같은 중년 여성도 있었다. 여덟아홉 살 남짓한 아이들은 이곳에 서핑 수업을 듣는지 내 또래의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었다. 경쟁할 필요도 없고 애를 쓸 필요도 없는 조금 느릿하지만 평화로운 포인트. 

사진5)스와미_page5.<다나포인트에서 30분거리 스와미>

아참! 이 포인트 근처에는 아무 것도 없다. 먹을 것도 없고 서핑숍도 없으니 혹 방문하게 되면 끼니를 꼭 챙기고 마실 것과 수건 등을 챙겨서 가는 게 좋다. 한 가지 더! 트레슬(Trestle)은 주차를 한 뒤 15~20분 걸어내려가야 한다. ‘파도를 체크한 후에 보드를 가져가겠다’는 생각으로 가면 파도 타기 전에 힘이 다 빠질 수 있음!

평화로운 다나 포인트에서도 숏보드 포인트를 찾아냈는데, 바로 솔트 크릭(Salt Creek)이다. 이 동네 숏보더들은 다 여기 모여 있었다. 고속도로를 거치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숏보더들이 모여 빠르게 다가와서 갑자기 서서 깨지는 이곳의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7피트 피시보드가 드디어 물 만난 것일까. 미국에서의 서핑 중 이곳에서의 기억이 가장 신나고 생생하다.(나가기 직전에 노즈로 허벅지를 한 대 얻어 맞은 덕분에 아직도 아프긴 하지만.)

사진6)산오_page5.<산오프리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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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IEGO’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내키지 않았다. 운전하기 귀찮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 다나 포인트에 흠뻑 빠져든 것이 두 번째, 세 번째 이유는 정보가 전혀 없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에 이끌려 샌디에고로 향했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숙소 근처 서핑숍에 들러 티셔츠 세 벌과 바람막이 하나, 미들랭스 보드 2장을 더 샀다. 보드 3장까지는 한 박스에 포장해준다는 말만 믿고.(한 박스로 포장한 보드 석 장은 냉장고 크기가 되어 결코 수화물로 들고 갈 수 없었다.)

사진7)보드_page6

지갑은 가볍게 차는 무겁게, 보드 세 장을 올리고 샌디에고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유명한 라호야 해변이 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차를 세우고 해변을 둘러보며 일광욕을 하는 바다사자를 기대했지만, 날씨 때문인지(바람이 정말 많이 불고 추웠다) 한 마리도 없었다. 따뜻한 햇볕 아래 해변 바위 위에 떼로 누워 있는 바다사자를 꼭 보고 싶었는데 운이 좋지 않았다. 샌디에고에 있다는 씨 월드(Sea World)에 가면 볼 수 있다는데, 그곳으로 가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하다가 쉬고 있는 갈매기들과 놀았다.

사진8)라호야갈매기_page6<라호야비치에서 만난 갈매기>

먹을 것이 많고, 해변이 코앞이고, 피어가 있다는 이유로 오션 비치라는 작고 촌스러운 시골 동네에 머물게 됐다. 바로 앞에 오션 비치라는 아기자기한 해변이 있는데, 숏보드 스폿이다. 점프를 뛰는 남녀노소 서퍼를 보며 신기해하는 나를 그곳 서퍼들도 신기하게 바라봤다. 내가 머문 동안에는 파도 간격이 짧고 파도도 두꺼워 라인업에 나가기가 다소 어려웠지만 다행히 피어 밑으로 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터득한 후라서 어렵지 않게 라인업에 닿았다. 

그리고 이번 트립에서 절대로 잊지 못할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내 앞에서 무엇인가가 헤엄치는 것이었다. 그 무엇은 바로 바다사자들! 라인업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나를 시큰둥하게 쳐다보며 헤엄쳐 지나갔다. 오션비치에 바다사자가 종종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로컬들도 굉장히 신기해했다.

사진9)라호야 갈매기_page7<오션비치 / 서프라인캠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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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서핑을 하는 사람이라면 라인업에서 마주하는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공감할 텐데, 선셋 클리프 라인업에서 마주하는 노을은 또 다른 세상의 노을이었다. 오션 비치에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선셋 클리프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절벽으로 해 질 녘이면 동네 사람들이 절벽에 모여 노을을 감상한다. 그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절벽’이다. 라인업에서 파도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면 깎아내린 듯한 절벽이 배경이 되고 저 먼 바다에는 주황색과 보라색이 섞인 노을이 내리고 있었다.

사진10)선셋클리프_page8<선셋 클리프의 노을>

서핑을 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가까이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마주할 수 있었고, 씨 월드에 가지 않아도 눈 앞에서 헤엄치는 바다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확신하건대, 서핑을 한다는 건 세상의 아름다움 것들을 더욱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만든 거대한 건물이나, 동물원, 절경은 세상 안의 울타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예상치 못한 곳, PIER 아래, 절벽 밑, 바다에도 있다는 걸 더 간절하게 깨달을 수 있는 여행이었다. 

서핑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고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기억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었나?”

머뭇거리게 된다면 꼭 서핑을 권하고 싶다. 서핑을 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Life is better when you Surf

사진11)page9

Photo & Write by Janghan Ryu
Reviser To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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