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F TRIP COLUMN: PACITAN01

SURF TRIP COLUMN: PACITAN01
19/06/2015 WSB FARM SURF MAGAZINE

SURF TRIP COLUMN: PACITAN01

SURF TRIP COLUMN: PACITAN01

12009년 5월, 이때가 아마도 나의 다섯번째쯤 되는 발리 서핑트립이었을 것이다. 처음 발을 디뎠던 2005년으로부터 고작 5년 남짓한 사이에 발리의 바다는 체감상 두 배는 족히 붐비는 것만 같았다. 복잡한 꾸따비치의 라인업에서 어느 로컬서퍼에게 등을 따였는지 핀 자국이 나기까지… ㅜㅜ  그래서 떠났다, 미련없이. 한국 서퍼 두 명(오원택, 하동우)과 함께 별 다른 계획도 사전조사도 없이 거의 즉흥적으로, 환상적인 파도와 무인지경의 한적한 포인트들이 롯데월드 놀이기구들처럼 산재해 있다는, 풍문으로 들은 정보만 가지고. 스즈키 APV 한 대를 렌트해 지도 한 장만 믿고, 면허가 있는 두 명이 번갈아 운전을 하며 밤낮없이 달렸다.

2발리 꾸따에서 서쪽으로 3시간을 내리 달린 끝에 도착한 길리마눅 항구. 여기서 카페리에 차를 싣고 발리해협을 건너 한반도 3배 면적에 인구 1억4천만여명이 살고 있는,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와섬으로 건너가야 한다.
3자와섬의 거의 중앙에 위치한 PACITAN(빠치딴)이 우리의 목적지. 센트럴 자와 남해안의 중소도시이다. 발리에서 비행기로 간다면 족자카르타나 쏠로에 도착해 차를 타고 들어오는 방법이 있겠지만 접근성이 나쁘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발리에서 차를 직접 운전해서 여기까지 간다는 것도 여간 미친 짓은 아니다. 예상 소요시간 20~24시간, 물론 쉬지 않고 운전해서…! 길이나 좋은가… 대부분의 도로가 거친 포장에 좁은 갓길, 그리고 쉼없이 추월을 강행하며 마주 오는 차들과 오토바이들과의 끊임없는 숨박꼭질… 어쩌자고 이 고행길을 직접 운전해서 가겠다는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필경 뻔한 주머니 사정들 때문에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드라이버를 고용하지 않은 것이리라.
4길리마눅 항의 바다에서 배 근처를 얼쩡거리며 수영하고 놀던 하드코어 동네 아이들. 위험하다기보다는 뭐랄까… 일상이 엑스게임 그 자체구나 싶던…
5드디어 배가 발리를 떠난다. 발리해협은 좁은 곳이라 페리 탑승시간은 고작해야 20여분 남짓이지만, 발리와 롬복 이외에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의 다른 섬을 향해 간다는 설레임에 괜시리 맘이 두근거린다. 해질녘의 발리해협. 구름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내린다.
6페리는 사실 고급지다고는 결코 말해주기 어려운 폐선급이다. 세월이 녹과 찌든 페인트 사이로 켜켜이 쌓여있다. 눈앞에 점점 다가오는 자와섬의 최동단 항구, 반유왕이 항.
7모스크의 둥근 지붕이 제일 먼저 낯선 이방인을 맞아준다. 발리에만 오래 있어서 잊고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국가다. 율법에 의해, 술도 원칙적으로는 금지다. 암암리에 팔고 마시긴 하지만.
8자와섬에서의 첫 휴식을 위해 들른 어느 길거리 식당. 카메라를 보고 있는 거울 속 내 표정이 왜 경악하고 있는지 메뉴판을 보면 알 터이다. 나시 뿡구스(우리나라로 치자면 컵밥 정도 되려나?)가 3,000루피아 – 우리 돈으로 300원 남짓. 커피가 한 잔에 100원. 당시의 발리 물가와 비교해도 거의 1/3 ~ 1/5 수준인 셈이렷다. 물론 인스턴트 믹스커피가 아니냐고 물을 테지만, 보다시피 발리커피처럼 원두를 곱게 갈아 풀어놓은 식당커피 맞다. 이상한 나라에 온 엘리스처럼 갑자기 금전관념에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9가끔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서 되돌아 오기도 했지만, 초행길에 지도 한 장과 도로 이정표에만 의지하면서 꾸역꾸역 잘 찾아가고 있다. 시간은 벌써 출발 후 열 시간을 넘어 새벽으로 향해 가고, 운전을 대여섯번은 교대를 했음직하다. 커피도 지겨워져서 뭐 좀 색다른 거 없을까 찾았더니 커피소다… -_-
10전날 정오에 출발, 20시간여만에 빠치딴 도착. 자동차를 스무 시간 연속으로 타 본 적이 혹시 있는가? 아무리 중간중간 휴식을 취한다손 치더라도 온 몸의 관절과 마디가 제각기 비명을 지르는 느낌이다. 우선 아무데나 일단 해변으로 가보자 해서 내키는 대로 도착한 그곳에는 당연하다는 듯 파도가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한 명은 영역표시(?)를, 또 한 명은 캠코더 촬영을,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투어…
11외국인이 찾아오기는 너무 멀고 불편한 동네여서인지 빠치딴 메인 비치 앞에 위치한 우리 숙소로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동네 꼬마, 청소년들이 무슨 연예인이라도 온마냥 폰카로 사진촬영 포풍 러시… 얘들아, 우리 그런 사람 아냐… 미안하다… 그만 하자… 집에 가… 우리, 파도 타야 해…
12물소떼가 해변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아무렇지 않게 펼쳐진다. 이런 모습은 롬복과 많이 닮았다. 로컬서퍼의 안내를 받아 처음으로 포인트 서치를 떠났다. 메인 비치 왼쪽으로 3Km 가량 떨어진 리버마우스 포인트로 가는 길.
13파도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여서 곧장 입수를 했다. 리버마우스의 특성 탓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강한 조류 때문에 조금 고생스러웠다.
14당시 인도네시아 현직 대통령이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의 고향인 빠치딴. 가운데 있는 인물은 유도요노의 조카이자 로컬서퍼. 무슨 잔치가 있는지 동네 저녁 행사에 초대되어 갔다.
15-1

15대통령 생가 안의 모습.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가 본 적 없는 대통령 생가를 이 먼 남의 나라에 와서 다 가 보고 참… 삶이라는게 정말이지 뜬금없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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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안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열렸던 APEC정상회담 기념사진도 걸려 있었다. 낯익은 얼굴들이 몇 보인다. 故노무현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전대통령, 고이즈미 일본 전총리..

17-1

18생가강제방문(?)을 마치고 해변으로 돌아와 로컬서퍼들과 밀주(앞서 말했듯이 술은 원칙상 불법이다. 대놓고 팔지 않는다)를 마시며 음주가무(?)를 즐겼다. 지금은 일본인 서핑캠프도 생겼다는 소식도 듣고 해서 어떨지 모르지만, 외국인 서퍼들의 방문이 당시만 해도 굉장히 드문 곳이어서 로컬서퍼들은 무척 친절하고 우호적이었다.그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갔다.

Photographs & Writer by Bugeun Park From JETCITY